▲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19일부터 LG트윈타워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이날 기자가 향한 곳은 LG그룹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여의도 LG트윈타워다. 이곳에서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19일부터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LG유플러스의 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등을 개통 및 A/S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아닌 ‘센터’ 소속의 하청업체 직원이다.
LG트윈타워가 앞에 이르자 보라색조끼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노숙농성은 이날로 7일차에 돌입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서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의 최영열 부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노숙농성에 참여 중인 인원은 얼마나 되나. 다들 이런 경험은 처음일 텐데.
“현재 약 5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실질적으로 해고 상태에 놓인 조합원과 업무대기 상태인 조합원들이 주축이다. 여기에 함께 힘을 보태겠다며 월차내고 하룻밤씩 보내고 가는 조합원들도 많다. 다들 이렇게 투쟁을 하는 것도,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다. 어제(24일)는 밤에 비가 와서 일부 인원만 남겨둔 채 마포대교 아래서 잠을 잤다. 특히 한강 바로 옆이라 새벽에는 입이 돌아갈 것처럼 춥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근무여건과 급여가 최악이었다. 매일 아침 8시에 회의를 하고, 저녁 8~9시에 퇴근했다. 토요일은 더 늦게까지 근무했고, 일요일도 마음대로 쉴 수 없었다. 급여도 최악이었다. 각종 차감정책으로 급여가 깎이기 일쑤였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급여를 깎았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이 더욱 더 악화됐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
- 노조를 설립한 이후 달라진 점은 있는지.
“있다. 하지만 교묘한 노조탄압이 더 심각하다. 예를 들면, 근무 시간은 전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바뀌었는데 급여체제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안 그래도 적었던 급여가 더욱 줄어들었다. 나는 지난달에 108만원 받았더라. 80~90만원 받은 이들도 있다.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문제에서부터 노조탄압까지 정말 종합선물세트다.”
-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기도 했다던데.
“센터장이 어용노조에 가입하라고 눈물을 보이며 회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가족들을 직원으로 위장 등록해서 어용노조에 가입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어용노조에 가입된 경우도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으면 단가를 올려주겠다고 회유한 뒤 개인사업자 형태로 변형고용 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전부 본인 책임이다. 그런 사례도 이미 발생했다.”
- 그렇다면 최근에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센터 쪼개기다. 기존에 있던 센터를 둘 이상으로 쪼개는 것인데, 근무여건은 악화되고 실적강요는 그 강도가 높아진다. 개통과 A/S를 담당하는 기사들에게 전단지 뿌리는 것까지 시킬 정도다. 둘로 나눈 센터는 경쟁을 붙여 이긴 쪽이 다 먹게 하겠다고 한다. 결국 노동자를 벼랑 끝에 내몰아 쥐어짜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왜 가만히 있었느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데 그 조직문화가 그랬다. 반기를 드는 직원은 곧장 내쳤고, 아예 센터 하나를 들어내기도 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인데 아예 이쪽분야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업무특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침에만 잠깐 만나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 일했다. 그리고 같은 센터에 누가 잘못하면 그 피해가 동료들에게도 전가됐다. 같은 노동자들끼리 교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회사는 노동자를 개인별로 상대했다.”
- 노조가 설립된 지 6개월 만에 노숙농성에 돌입하게 됐다. 조만간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왜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하청구조다. 센터장들이 본인 입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건 원청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인데, 정작 그 원청은 자기들 일이 아니라며 뒤에 숨어있다. 특히 일부 교섭위원들은 대놓고 노조를 무시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엔 사측의 제안이 오히려 전보다 후퇴하기도 했다. 상황이 점차 나아 진다기 보단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랬듯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도 LG그룹 앞에 와있다.
“나는 LG가 정도경영을 표방하는 곳인지 얼마 전에야 알았다. 우리의 상황은 지난 3~4년 전부터 급속도로 나빠졌다. 조직개편으로 LG파워콤이 LG유플러스로 합병돼 LG그룹이 최대주주가 된 시점이다.
최영일 부지부장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LG유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한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두 그룹으로 나눠 저마다 피켓을 하나씩 머리위로 높이 들고 LG트윈센터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색다른 모습이었다.
최 부지부장은 “매일 조합원들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저것도 어제 나왔던 아이디어다. 노조를 만들고, 노숙농성까지 하다 보니 동료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교감을 나눌 수 있어 좋다. 밤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경상도 조합원과 전라도 조합원이 각자 사투리를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마음이 묘해진다”고 말했다.
잠시 후 최 부지부장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조합원들을 가리키며 “저 친구는 집에 100일 갓 넘은 아기가 있다. 또 저 친구는 아기가 한 살이다. 조합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신혼부부 사진과 아기사진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그의 말엔 한숨이 섞여있었다.
하지만 최 부지부장은 힘이 넘쳤다. 그는 “정말 많은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힘든 점도 많고, 건강 등 걱정되는 부분도 많지만 편하게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오히려 동료들과 가까워지는 등 좋은 점도 많다. 현장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한 끼도 겨우 먹었는데, 노숙농성장에 있으니 세 끼를 꼬박 다 먹게 된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절대 금방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싸울 거다”라고 덧붙였다.
최 부지부장은 “지난 22일에도 사측이 농성장 앞에서 ‘그린캠페인’을 하겠다며 우리보고 저 뒤에 가있으라 했다. 충돌은 없었지만, 덩치 큰 용역도 등장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날 LG트윈타워에 헬기가 왔다가더라. 아마 ‘회장님’ 같은 고위 간부가 오는데, 우리의 모습이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꽃축제 때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예의주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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